부품·기계 수출 급증 – 납품가 4% 낮춘 광학기기업체 美 거래처 10곳으로 늘어… “설비 확장위해 부지 물색 중
“외국인직접투자 금융위기후 최대 – 작년 1분기 보다 17% 증가… 뉴욕서 열린 한국투자설명회서 4억8000만 달러 유치하기도

15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지 한 달이 된다. 다소 이른 시점이지만 산업계 곳곳에서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가 낮아지거나 철폐된 자동차 부품, 섬유, 기계류의 대미(對美) 수출이 크게 늘었고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FTA 혜택을 보는 업체들은 고용과 투자를 늘리며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미 FTA 효과…외국 바이어들이 몰려온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대성전기는 요즘 생산직과 연구직원을 뽑느라 거의 매일 직원 면접을 하고 있다. 130명인 생산직 근로자는 3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총 1021억원이었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발주물량이 올 들어 4월 초까지 약 4000억원대로 늘어나 일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대성전기는 현재 GM·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에 공급할 전원분배장치와 컨버터 생산라인을 최소 6개 이상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9년부터 직원 4명으로 FTA 발효에 대비한 전담 조직을 운영하면서 미국 업체들이 중요하게 따지는 글로벌 인증을 받고, 원산지증명·발급 업무를 익힌 끝에 올해부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자동차 관련 전기·전자 부품에 대한 관세(3~5%)가 일시에 없어지면서 한국 업체가 생산하는 부품 수출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 3월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총 20억9000만달러(약 2조37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7% 늘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이 12.4%로 가장 높았다.

 경기 파주의 광학부품 제조사 밀레니엄 옵틱칼시스템의 강효정 대표(왼쪽)가 영화관 영사기용 프리즘을 살펴보고 있다. 강 대표는“한미 FTA 효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이철우 대성전기 대표는 “전자부품과 스위치류는 마진이 3~5% 수준에 불과한데 관세 철폐로 엄청난 경쟁력이 생겼다”며 “경쟁업체인 미국 타이코나 일본 오므론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에 공급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의 광학기기 업체 ‘밀레니엄 옵틱칼시스템’도 FTA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50여명 직원들이 24시간 철야 작업을 해도 물건을 대기 힘들 정도로 미국으로부터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거래처 두 곳에 의료용 레이저와 방위산업용 광학부품을 납품해오다 지난달 한미 FTA 발효 후 납품 가격을 4% 정도 낮추면서 거래처가 10곳으로 늘었다. 이 회사 강효정 대표는 “내년엔 창사 1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열 것”이라며 “설비 확장을 위해 새로운 부지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늘자 일자리·투자도 증가세

기계류 수출도 호조다. 산업용 코팅 기계 제조사 GMP는 지난달 말 중국 회사와 입찰 경쟁을 벌여, 미국 대형 사무기기 업체인 ACCO에 코팅기계 50만달러어치를 납품하는 계약을 따냈다. 김양평 GMP 회장은 “그간 싼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에 고전했지만, 한미 FTA로 덕분에 우리도 8% 정도 납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향후 수익의 100%를 한국에 재투자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인력과 부품이 우수한 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생겼으니 굳이 중국 등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10~2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섬유업계는 미국 수출용 품목의 대부분이 평균 13%의 관세가 철폐돼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 김홍기 본부장은 “원산지증명 절차를 문의하는 등 FTA를 계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23억5000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일본은 작년보다 150% 증가한 9억1900만달러를 한국에 투자해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4일 지식경제부와 코트라가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한국투자설명회엔 씨티그룹·화이자·다우케미컬 등에서 130여명이 참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비코(Veeco) 등 7개사는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총 4억8000만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법민 지경부 투자유치과장은 “미국·EU 등과 맺은 FTA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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